스토리
전 명정 진무사의 천호장, 두 눈을 잃은 외로운 검객. 어릴 적엔 그의 원한을 산 자들이 많았고, 장성한 후엔 사람을 쫓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게 되었다. 지금 그는 지천을 떠도는 방랑의 길 위에 서 있다
「명정 제천감 감정 잡록——간찰편」 양형께 올립니다. 전일, 진무사에서 삼법사 및 화서연구원의 제천감 관련 공문을 전달받아, 즉시 중주의 주감께 협조를 요청하여 중주의 공명자 명부를 정밀히 확인한 결과, 현재 이 자는 중주의 수호신, 명식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제천감의 조사에 따르면, 이 자의 공명 기간은 이미 15년 이상으로, 그야말로 「마음속에 푸르름을 품고, 예리하게 의지를 다듬어 온 자」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두 눈으로 사물을 볼 순 없지만, 「마음의 거울」로 마음속의 「대나무 숲」을 형상화하여 바깥 세계의 물건을 감지하며, 상대의 심리와 약점을 꿰뚫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마음의 거울」을 바깥 세계로 구현하여 허상을 만들어 내기도 하니,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자입니다. 또한, 이 자의 검술은 공명 어빌리티보다는 수련을 통해 익힌 것으로 보이며, 항상 자신의 공명 어빌리티를 절제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게 확실히 느껴집니다. 그리고 항상 지니고 다니는 죽통 속에는, 중주의 한 의사가 조제한 그의 「마음의 거울」과 공명의 힘을 촉진할 수 있는 탕약이 담겨 있어 꼭 필요할 때만 마신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형께서 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해 보시는 게 좋을 듯하며, 이 자에 대한 상세한 테스트 데이터에 대해서도 일단 연구원 측 보고를 기다려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양동원: 제대로 정식 보고 해두기만 하면 되네, 모든 건 제천감의 뜻에 따르면 되고 말이야... 에휴, 임 씨는 여전히 말을 어렵게 하는군
구원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죽통. 중주 특유의 검은 대나무로 만들어졌다. 다만 오랜 세월 동안 탕약을 담고 있어서인지, 본래의 대나무 향은 사라지고, 약향만 진하게 배어 있다. 중주의 어느 의사가 극약을 써 그를 죽음의 문턱에서 되살렸으나, 그 대가로 공명의 힘이 약해졌다. 이로 인해 이 특수한 탕약을 마셔야만 자신의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선, 공명의 힘조차도 그 자랑스러운 검술을 더욱 빛내기 위한 약간의 보조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구원은 평소 명정 진무사의 신물을 지니고 다녔다. 원칙대로라면 그는 진작에 관복을 벗고 신물을 압수당해야 마땅했지만, 명정에서 누군가 그를 몰래 돕고 있어서인지, 이 모든 것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 내 검을 너희에게 맡기니, 모든 관료와 각 주는 이것을 볼 시 곧 나를 보는 것이라 여기라」
그는 눈이 아니라 귀로 이 세상을 처음 받아들였다. 부모의 체념 어린 한숨을 들었고, 중주 산림에 수많은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공허한 울림을 들었으며, 칼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 사부의 피가 땅에 스며드는 소리, 원수의 분노에 찬 고함 소리를 들었다. 그 뒤로 빛의 소리와 명정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권모술수를, 탐관오리의 애원과 커다란 음모를, 그리고 또 다른 원한과 희망을 들었다. 그는 볼 수 없었지만, 모든 것을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무수한 소리들은 그가 듣기 훨씬 전부터 이미 그곳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마치 검은 철에서, 옥은 돌에서 탄생하듯, 소리는 대나무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