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몽주에서 태어난 유람객. 그는 신기루와 남겨진 폐허 사이를 떠돌며, 두 눈으로 만물의 메아리와 옛 세상이 남긴 흔적을 꿰뚫어 본다. 그의 행보는 문파의 법도에 얽매이지 않고, 신불의 규율에도 머리 숙이지 않는다. 신기루에 발을 내딛어 경계를 넘고, 어둠을 지나 저승을 오가며, 오직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선악을 가른다. 그리하여 그는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공명 어빌리티 리포트 RA1169-G」 대상의 성흔은 오른쪽 눈에 위치하며,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난 분리된 주파수를 감지할 수 있다. 공명의 힘 출력이 임계치에 도달하면 현실 공간에 격리 구역을 구축하여 숨겨진 주파수를 강제로 실체화할 수 있다. 대상의 왼쪽 눈에서는 고단계 울림 생물의 주파수가 검출되었으며, 대상과 해당 울림 생물은 서로 주파수 고정, 감각 공유, 지시 전달 등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상이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소모함으로써 짧은 시간 동안 해당 울림 생물에 대한 통제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검사 기간 중 거부 반응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향후 「감각 이상」 또는 「생명 손실 가속」 등의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정기적인 재검사와 추적 관찰을 권장한다. 대상의 라벨 곡선 그래프는 이중 피크 분포를 보였으며, 검사 결과 자연형 공명자로 판단된다
이 옥패는 그가 태어나던 해에 받은 선물이었다. 옥의 품질이 그리 귀한 것도, 조각 솜씨가 빼어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옥 한쪽 구석에 가늘고 단정한 글씨로 「경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옥패는 강보 옆에 조심스레 매달려 있었다. 부모는 아직 세상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바라보며,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네가 태어나 줘서 정말 다행이야. 이 세상에 와 줘서 고마워.」 그들이 아이에게 「연(燃)」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들불은 쉬이 꺼지지 않고 끊임없이 되살아난다」는 뜻에서였다. 이름을 떨치길 바란 것도, 출세가도를 달리길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이가 평생 어디에 있든, 황야의 불씨처럼 오래도록 타오르기를 바랐다—— 차가운 밤이 짓눌러 와도, 거센 바람이 꺾어 놓으려 해도, 결코 절망 앞에 고개 숙이지 않기를. 하지만 지금, 백옥의 중앙에는 길고 선명한 균열이 있었다. 경연은 손끝으로 그 균열을 천천히 쓸어내렸고, 그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오히려 한쪽에 웅크리고 있던 산고양이가 안절부절못하며, 저도 모르게 꼬리 끝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산고양이는 흐릿하게 중얼거렸다. 「그냥 균열이 하나 생긴 것뿐인데... 그걸 왜 그렇게 오래 기억하는 거야?」
조금 낡아 보이는 장부.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달의 지출이 적혀 있다. 초사흘: 시장에서 손잡이가 부러진 청동 거울을 하나 건졌다. 노점상 말로는 수호신이 쓰던 물건이라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래도 무늬가 꽤 마음에 들어서 30 클램 코인을 냈다. 손해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초닷새: 신기루에 갇혀 한동안 나갈 수가 없어 심부름꾼을 통해 사모님께 돈을 보내 드렸다. 아마 2000 클램 코인 정도 될 것 같다. 사매에게 줄 설탕 절인 말린 살구도 한 봉지 같이 보냈다. 초이레: 자두를 세 근 샀다. 한 근은 술을 담그고, 한 근은 고양이에게 주고(마음에 안 드는 모양), 한 근은 내가 먹었다. 초아흐레: 골목 어귀 녀석들과 옥 찾기에서 60 클램 코인을 잃었다. 초열흘: 또 40 클램 코인을 잃었다. 짜증 난다. 열이틀: 『유람기』 인쇄본 판매 수익 배당을 받았다. 많이 팔렸다더니 왜 500 클램 코인 밖에 안 되지? 열여드레: 이겼다! 옥 찾기에서 20 클램 코인을 땄다! 오늘은 좋은 날이니 달콤한 술을 사서 축하했다. 열닷새: 가게 창문 하나를 고치는 데 20 클램 코인이 들었다. 꼬리 잘린 고양이가 들이받아 깨뜨린 거다. 언젠가 그 녀석한테 꼭 받아내야지. 이번 달 잔액: 계산하기 싫다. 했다간 속이 쓰릴 것 같다
『유람기』의 최초 원고. 종이는 이미 누렇게 바래 가장자리가 말려 있었고, 먹 자국도 조금 흐릿해져 있었다. 그 안에 적힌 것은 대부분 경연이 신기루를 떠돌며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었다—— 달이 뜨면 우렁찬 창극 소리가 울려 퍼지는 빈 성, 땅속 깊이 묻혀 시간을 먹고 자라는 거대한 나무, 무대를 등에 짊어진 채 떠도는 얼굴 없는 배우들... 물론, 그중에는 과장과 각색이 더해진 이야기들도 적지 않았다. 진실과 허구가 한데 뒤섞여, 때로는 작가인 그 자신조차 굳이 구분하려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골목 어귀의 아이들을 달래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하나둘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사부님은 이를 두고 코웃음을 치며 「그 정도 일을 글로 써 봐야, 직접 겪어본 것보다 재밌겠느냐」라고 하셨지만, 어느 깊은 밤, 경연은 우연히 사부님의 방에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사부님은 예상외로 원고를 손에 든 채 넋을 잃고 보며, 경연이 문 앞까지 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종이는 아직 남아 있지만, 그 글을 읽던 이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다. 이 낡은 원고를 다시 볼 때면, 경연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 영감탱이가 정말 저승에서 무료함에 몸부림치고 있다면, 이 이야기들을 몇 번이고 다시 들춰 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그는 곧바로 마음속 깊이 눌러 버렸다. —— 그만두자. 괜히 흥이 깨지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