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명정 명문가의 첫째 아가씨. 소명 상인회의 젊은 이사. 물의 부채로 실을 엮고, 상도(商道)로 비단을 짜니, 칼과 검 없이도, 인간 세상의 태평을 엮으리
「주파수 그래프 리포트 RA1034-G」 대상의 성흔은 이마 중앙에 위치해 있고, 공명 어빌리티로 주변의 물과 공명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액체 상태의 물의 흐름 궤적과 위치 에너지 분포를 감지하고, 습기, 빗물과 이슬 그리고 흐르는 물 등을 응집하여 통제 가능한 수역을 형성한다. 폭우를 가랑비로, 격류 또한 잔잔한 물결로 길들일 수 있다. 공명 주파수는 공통성이 강하고, 공명 어빌리티 발동 시, 물의 부채와 물의 소매가 함께 펼쳐지고 움직이며, 푸른 물결과 구름 사이로 산하의 풍경을 엮어내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현실로 끌어온 듯하다. 라벨 곡선 그래프 그래프는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미끄러운 높은 수치 파동을 보여 자연형 공명자로 판단된다. <i>「혼란스럽거나 끊어지는 현상이 거의 없고, 전체 주파수가 항상 완만하고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하고 있어요... 음, 피험자의 기질과 아주 잘 맞네요.」—— 화서연구원 의사와의 담화에서 발췌</i>
수수는 어릴 적부터 예쁜 장신구를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염색한 깃털이든 반짝이는 구슬이든 모두 자신의 작은 상자에 모아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자 안의 구슬과 옥이 점점 늘어났고, 그녀는 심지어 이 장신구들로 양양을 꾸며주는 걸 좋아했다. 상자 안에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한 개 꼽으라고 하면, 부모님이 주신 물빛 옥패일 것이다. 물처럼 맑고 부드러운 빛깔의 옥이, 날개를 펼친 새의 모양으로 조각되어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물빛 옥을 몸에 지니고, 마음은 하늘을 향해 날아올라. 네가 중명조처럼 날개를 펴고, 맑은 눈으로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
이 접선은 몽주 현지의 뛰어난 장인이 만든 것이다. 부채 면에는 아주 가는 푸른 실과 금실로 강산도가 수놓아져 있다—— 원경의 산은 짙푸르고, 근경의 물은 안개를 머금고 있으며, 몇 마리의 비단잉어가 수초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처음 상인회를 맡았던 그해, 수수는 전례 없는 거센 파도를 겪었다. 상대 쪽에서 연합하여 압박하고, 동맹들이 줄줄이 배반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사흘 내내 서재에 틀어박혔고, 패배를 인정하는 계약서에 서명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나흘째 아침, 그녀는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려다 우연히 책상 위의 낡은 부채를 보게 되었다. 그때 문득 떠올랐다. 이 부채는 처음 일을 시작한 후 번 첫 소득으로 산 것이며, 당시의 자신은 「이 강산을 모두 내 손에 쥐겠다」라고 다짐했었다. 수수는 부채의 손잡이를 쥐고 공명 어빌리티를 불어넣었다. 천천히 흐르는 물결을 보자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녀는 결국 그 거센 파도를 이겨냈고, 그 후로 늘 이 부채를 지니고 다녔다. 부채 면에 수놓인 하얀 파도와 은빛 물결, 나는 새와 뛰어오르는 물고기, 그녀는 부채 속 풍경을 틍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태평한 세상을 본다
수수는 열두 살 되던 해, 양양과 함께 복숭아꽃 즙으로 편지지 두 묶음을 물들였다. 수수는 붓을 쥐고 편지지 구석에 정성껏 서로 기대어 있는 작은 새 두 마리를 그렸다—— 오른쪽은 자신이고, 왼쪽은 자신의 동생이었다. 훗날 양양은 멀리 금주로 떠나 행정부대 대원이 되었고, 수수는 계속 각지를 돌며 장사를 했다. 두 사람은 때때로 편지를 주고받았고, 수수는 동생이 보낸 편지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접어 물들인 편지지 묶음과 함께 모아두었다. 수년이 흘러 그 편지지 묶음은 이미 다 써버렸고, 수수는 남은 마지막 한 장이 아까워 쓰지 못하며, 서재 책상 위에 보관했다. 편지지 구석에 서로 기대어 있는 두 마리의 작은 새는 이미 색이 바랬지만, 수수가 자주 만지작거려서인지, 세월의 흔적이 더해져 더욱 부드러워 보였다. 동생의 편지를 꺼내 읽을 때마다, 비록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매의 마음은 마치 삐뚤삐뚤한 선으로 그려진 이 서툰 두 마리의 작은 새처럼 항상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